이를테면 허구헌 날 쳐다보던 별날 것 없는 동네 뒷산인데 어느 날 아버지가 예로부터 전해진 이야길 들려준다. 그런 다음부터는 예삿 산으로 보이질 않더라던가. 여행을 가더라도 뭘 알고 가야 재미가 있다. 이를테면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에 가서 모나리자를 봤다 치자. 모나리자가 대한펄프 휴지 브랜드인 줄로만 알고 가는거랑, 하다못해 소설 다빈치코드라도 읽고 가는거랑 느끼는 재미가 얼마나 다르겠나?
그런데 너무 알아서 재미가 없어지기도 한다. 눈 앞에 있는 걸 오감으로 느끼질 못하고 머릿속에 든 지식을 투영하느라 바쁘다거나, 한 술 더 떠 지식 쌓느라 바빠서 경험 할 기회를 갖지 않는다면 슬픈 일이다. 때론 지식이 상상력을 제한하기도 하는데, 나처럼 아는 걸 체계화하는게 습성인 사람은 특히 그렇다.
몰라서 행복할 수 있었던 것 하고, 알게 되서 기쁘지만 진실은 좀 괴로운 것 하고 - 이건 매트릭스의 빨간약 파란약하곤 좀 다른 문제다 - 그 사이 어디쯤의 경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