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자면 내 "먹을 것"에 관한 고민은 한 권의 헬스책을 읽으면서 시작됐어요.
당신은 먹는 대로 된다.남자들의 몸만들기라는, 진지하게 읽었다고 소문내기엔 살짝 부끄러운 그 책에는 "당신은 먹는대로 된다."라는 챕터가 있었지요.
그렇지! Garbage In - Gargage Out이라는 진리는 전산학에서도 배우는 것 아니던가. 무슨 책을 읽느냐가 당신을 결정한다고 했던가? 먹는 건 그보다 훨씬 정직한건데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
하지만 저 책을 읽었을 때는 마악 자취를 시작했을 무렵이었고, 먹거리의 안전성에 대한 고민 보다는 탄수화물, 단백질 이런 영양소의 균형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정도에 그쳤어요. 헬스클럽을 등록해서 두어 달 다니기는 했지만, 제가 워낙 게을러놔서 오래 다니진 못했지요. 하물며 헬스책에서 권하는 대로 영양의 균형을 맞춰서 아침엔 뭘 먹고, 점심땐 뭘 먹고 술자리는 피하고... 라는 건 불가능했지요.
하지만 이 때부터 지키지는 못하더라도 뭔가를 먹을 때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버릇이 생겼어요.
그러다 만나게 된 책이 있었으니 바로 ...
식품첨가물을 만드는 회사에 다녔던 일본 아저씨가 쓴 책인데, 자신이 개발한 미트볼을 먹으려는 딸을 보고 충격을 받아서 개과천선(?)했다라는 드라마틱한 설정도 그렇고 꽤 흥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되어있어요. 가장 좋았던 부분은 음식물의 "성분표시"의 허와 실에 대해서 소개한 부분이었어요. 책을 누구에게 빌려줘서 자세히 옮기진 못하겠지만, 짧게 설명하자면 이런거에요.
일본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식품의 원재료 및 함량을 반드시 표시하게 되어 있나봐요. (어쩌면 일본이 먼저 도입한 제도일지도 모르지만요) 제가 어제 먹은 청정원 고소한 마요네즈를 한 번 볼까요.
대두유(대두:수입산), 전란액(계란, 국산, 정제염), 난황액(계란:국산), 양조식초, 고소마요프리믹스, 정제염, 겨자향오일, 파프리카오일, 합성착색료(계란향), 이디티에이칼슘(산화방지제)
이렇게 솔직하게 적어놓았는데 문제가 생길 소지는 없는 것 아니냐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를테면 "양조식초"라는 성분은 또 다른 무언가로 만들어진 식품인데, 그것의 원재료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는 거에요. 대두유의 경우에도 유전자 조작된 콩으로 만든 것인지 어떤지에 대해서 정보를 얻을 수 없다는 거죠.
이 외에도 첨가물에 대한 여러가지 지식을 얻을 수 있어요. 이 책을 읽은 후로 어지간해서는 과자나 통조림, 소세지 같은 걸 사먹지 않게 됐어요.
그리고 2년 정도 책장에 처박혀 있다가 비교적 최근에 읽은 책을 소개할께요.
<육식의 종말>이라는 굉장히 유명한 책이에요. 소고기를 더 먹기 위해서 인간이 어떤 댓가를 치르고 있는지에 대해서 굉장히 폭넓게 알려주는 책이지요. 사실 미국의 축산업에 대해서는 잘 몰랐는데 이 책의 "쇠고기의 산업화"부분을 읽으면 놀라운 내용들이 많아요. 흔히 대량생산의 상징으로 자동차공업의 포드를 들지요. 이 책에 따르면 헨리 포드가 자신의 자서전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하네요.
훗날에 헨리 포드는 "자신의 자동차 조합 공정에 대한 발상은 쇠고기를 손질하는 데 사용되는 시카고 포장공장의 궤도장치에서 빌어온 것"이라고 회고했다.
그 외에도 냉동포장이라던가 증기선의 고속화라던가.. 쇠고기 산업이 촉발한 일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아참, 이게 중요한게 아니라 요즘 쇠고기에 대해서 고민할 거리들이 많은데 이 책을 보면 도움이 많이 되요.
사실 이 책에서는 소고기의 먹거리로서의 문제점에 대해서 직접 얘기하지는 않아요. 다만 한 근 먹던 소고기를 두 근 먹으려고 하면 지구상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에 대한 고민거리를 던져줘요. 여러 과정을 건너뛰면서 우리가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여겨지는 일들이요. 소가 전세계 토지의 24%를 차지하고 있다거나, 지구상의 곡물 중 1/3를 소와 다른 가축이 먹어치우고 있다던가 하는 것들이요. 그런 댓가를 치르고서라도 오늘 저녁에 소갈비를 먹어야 할까? 이 책을 읽고서 이런 고민을 하게 됐어요.
사실 그 다음에 읽으려고 한 책은 <죽음의 밥상>이라는 책인데,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선 채로 좀 읽다가 아직 끝을 못 봤어요. 저자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식품첨가물 책과 비슷한데, 실제로 농장을 운영하던 사람이 대형-공장식 농장의 폐혜를 다룬거라고 하네요.
(실은 베스트셀러라서 안 샀다는;;; 베스트셀러 기피증이 좀 있어서;;)
그리고 요즘 병원에 누워있으면서 읽은 우석훈선생의 책 중에도 먹거리에 관한 책이 있어요.
우석훈 선생은 자칭 C급 경제학자인데, 생협이라던가 농업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아요. 이 책은 참 재밌게 읽기는 했는데 짧은 글로 소개하기가 어렵네요^^
우선생이 늘상 그러하듯 자기가 알고 있는건 100개인데 책에는 10개도 채 쓰질 못하지만 암튼 이런것도 있다. 이런 식으로 글을 써가거든요. 음식에 대해서 역사적, 정치적, 사회적으로 수많은 얘기들을 늘어놓고 때로는 정책적인 제안을 하기도 하고 종횡무진이랄까 그런 느낌이에요.
특히 우석훈선생이 정부에서 일하면서 각종 정책을 빠삭하게 알고 있다는 점이 책의 재미를 더해줘요. 한때 '녹색당' 창당의 꿈을 꾸기도 했던 전력 덕분인지 농업정책이나 유기농, 각종 정책을 통계자료나 과학적 사실하고 잘 버무려져있고 문장도 어렵게 쓰는 분이 아니라 술술 읽히는 책이고요.
이 책의 끝자락에는 생협에 대한 소개가 나와요. 우선생의 블로그를 보더라도 생협에 대한 얘기가 자주 나오는데, 저도 최근에 생협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생협을 처음 접한 건 '대학생협'이었는데, 그 때의 느낌은 뭔가 좋은 아이디어이긴 한데 고리타분하다 정도였거든요. 그런데 이래저래 고민을 해 보니까 산지에 가서 무 배추 뽑아오고, 배타고 나가서 고기 잡아오지 못한다면 생협만한 대안이 없다는 결론이 다다르더라구요. 최근에 신문에도 광우병 사태 때문에 생협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는 기사가 나오던데...
이상 제가 먹을 것에 대해서 읽은 책들을 간단 소개해봤습니다. 사실 이걸 읽고 고민하고 했던 것들을 나눠야 하는데 그건 차차.....
아참 그리고 우유에 관해서 "
우유는 약일까 독일까?"라는 글이 있어요. 논란이 많은 내용(이를테면
이런)이지만 한 번 읽어봐도 좋을 듯 싶어요.